#외로움을끊고끼어들기 #출판 #북펀딩 #러브레터 #구조신호 안녕하세요. 매달 두 번의 레터를 발행하지만, 오늘은 유독 오랜만에 구독자 분들께 직접 쓰는 손편지 같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인사를 제대로 드리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턱괴는여자들의 정수경(사진에서 왼쪽), 송근영(오른쪽)입니다.
턱괴는여자들은 결성된지 3년차가 된 콘텐츠기획사입니다. 회사명으로는 toh work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1년 10월 14일에 사업자등록을 했어요. 턱을 괴는 자세를 모티프 삼아, 세상에 질문을 던지겠다고 만든 리서치 팀 ‘턱괴는여자들’을 시작으로 “인문학과 공감 능력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미션을 가지고 책과 전시 등의 자체콘텐츠를 만듭니다. 때때로 인문학적 베이스를 녹여 파트너사 기업들의 브랜딩, 마케팅 캠페인을 만들어 오기도 했지요. 매번 살인적인 스케줄로 인해 활동한 내용들을 SNS등에서 잘 공유하지 못하는 병을 가지고 있지요.
아마도 “얘네 도대체 뭐하는 회사야?”라고 생각하고 계실 수도 있는 새로운 구독자분들을 위해 턱괴는여자들의 히스토리를 설명드리고자 해요.
프랑스와 한국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던 정수경과 마찬가지로 문화예술 씬에 있던 송근영은 코로나가 터진 기간동안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했던 일을 마음껏 벌려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2020년은 1년간 만들었던 4개의 전시가 모두 셧다운 되며, 갑작스레 여유 시간이 많이 생겼던 시기였습니다. 영화 <야구소녀(2019)>를 함께 본 후, “5살 때부터 아빠를 따라 야구장을 다닌 야구팬이었지만, 여자야구 선수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네. 왜일까?”라는 질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궁금한 건 못참는 저희는 답을 내려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대한민국 최초 여자야구선수 안향미, 대한민국 최초 대학야구 여성 투수 김라경, 허구연 KBO총재, 한국여자야구연맹 황정희 회장, 이성배 MBC여자야구 예능PD 등 선수와 제도권 그리고 콘텐츠 제작자 총 22명을 인터뷰하고, 동시에 미국에서 여자야구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또 한국에는 왜 여자야구가 없는 채로 수입되게 된건지 등 야구 종주국 미국과 한국의 야구사를 연구했습니다. 약 18개월이 소요된 이 모든 연구과정은 『외인구단 리부팅 : 야구장 속 여성의 자리는 어디인가』(2022)라는 단단한 496p짜리 책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만나뵙게 된 경희대 체육대학 교수님들께서는 이 책은 그자체로 박사논문이었다는 코멘트를 주시기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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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책을 내겠다는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자야구를 연구하며 모은 이야기들은 단순히 ‘야구하는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이 사회에 존재하는 ‘밝은 사각지대’를 밝힌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야기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책’이라는 물성으로 세상에 내보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출판사등록증이 필요했고, 또 사업자 등록을 진행하게 되었답니다. 사업(자영업)은 인생에 없던 선택지였던 만큼, 비즈니스 감각이 전무한 인문학도들은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우연히 대중에게 공유하게 되었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다 이메일 계정은 있잖아요. 그래서 뉴스레터라는 매체를 통해서 책에는 미처 다루지 못하는 매운 맛 이야기들 그러나 꼭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들을 발행했습니다. 두 연구자의 ‘연구일지'라는 콘셉트가 바로 이 ‘턱괴는레터’의 시작이었습니다.
홍보전략도 마일스톤도 없는 (회사라고 할 수도 없는) 저희 팀은 단순히 여자야구 이야기가 더 멀리 날아가 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었어요. 프로 여자야구선수가 될 수 있는 루트가 없지만,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마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에게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그들에게 작은 나침반이 되길 원했거든요. 그래서 한국여자야구연맹과 MOU를 맺고,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기획했어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유일한 KBS의 여자야구 다큐멘터리의 저작권을 임시로 구매해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거든요. 2022년 3월 이수 아트나인의 가장 큰 상영관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상영회와 GV는 매진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많은 여자야구 선수 및 관계자들 그리고 사회의 밝은 사각지대를 찾아보고 싶은 분들은 모두 모여 울고 웃었어요. 그날의 영상은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link)
그때부터 계속해서 생각했어요. ‘‘여자야구'는 시작일 뿐이다. 이 세상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고정관념으로 인해 잔존하는 ‘밝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조금 더 멀리 가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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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과연 개인적인 감정일까?’
지난 책과 레터에서 길어올린 주제는 새로운 질문을 엮어 냈습니다. 인터뷰를 하며 만났던 선수들 모두, 없던 길도 만들어 낸 강인한 여성들이었지만, 공통적으로 ‘외롭다’는 감정을 언급했어요. 그래서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다시금 리서처로서의 레이더를 가져가 보았습니다. 약 이 년이 걸렸어요. 턱괴는여자들만 맡아 했더라면 조금 더 빠르게 신간으로 찾아 뵐 수 있었을텐데, (먹고 살기 위해) 연간 단위로 계약한 파트너사들의 브랜디드 콘텐츠도 제작하다보니 시간이 더욱 소요되었습니다.
‘‘장소성(장소의 성질)’이 외로움을 형성한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사회 곳곳의 외로움을 탐색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외로움 헌터로서 약 일 년간,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는 외로움을 수집했어요. 그러다가 프랑스에서 우연히 사진가 카로우 셰지아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와 약 일년 간의 대화를 나눴고, 외로움의 파이가 가장 큰 곳은 어쩌면 ‘양로시설’일 수도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노년은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겪는 생애주기일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비율로서 양로시설은 삶의 마지막 장소가 되니까요. 턱괴는여자들(정수경, 송근영)을 포함하여 카로우 셰지아크, 김규진, 김원영, 김인정, 박초롱, 이연, 이훤, 임동우, 하미나. 총 10명의 외로움 헌터와 사회의 종횡을 누비며 외로움을 모았습니다.
다층이 외로움의 형성과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외로움은 당사자의 나약함과는 무관한 감정이었습니다. 누군가 외로움을 토로할 때, 우리는 쉽게 외로움을 개인의 나약함때문에 기인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네가 나약해서 그래.’ 하지만, 조금만 더 외로움의 형성과정을 살펴본다면, 감정은 결과값이고, 외로움의 토양엔 복잡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로움을 똑바로 바라보고 재정의할 명제 ‘외로움은 사회 구조적으로 형성된다.’를 완성했습니다.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는 외로움의 형성과정을 살펴보고, 제목 그대로 외로움을 끊어내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서로를 연결하는 것은 결국 시선의 연대라고 주장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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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개!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의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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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 년 간 수집한 외로움을 꺼내놓는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가 드디어 세상에 나옵니다. 오늘부터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어요. 보통의 경우에는 이미 완성되고 태어난 책을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치지만, 크라우드 펀딩은 책의 제작 과정을 함께 나누면서 ‘동료애'를 형성하는 채널입니다. 책을 손에 잡기 전부터 소속감과 기대감을 공유할 수 있죠.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 프로젝트는 그 방식과 목적 자체가 미시적인 외로움들을 가능한 많이 모으면서 서로를 발견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턱괴는여자들은 이 단행본을 서점 매대에서 만나보기 이전에, 텀블벅을 통해서 독자들이 함께 모이고 서로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그만큼 텀블벅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활용할 예정이에요. 물론, 펀딩 리워드로는 턱괴는여자들과의 북토크도 준비되어 있답니다! 이 철없는 인문학도 둘의 여정을 디테일하게 풀어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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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괴는여자들의 ‘턱괴는 레터’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32번의 레터를 발행했습니다. 거기에 프로젝트 목적을 지닌 레터를 더하면 약 40개의 레터가 구독자 분들의 메일함에 닿았어요. 이 글을 쓰는 오늘을 기점으로 총 940분이 레터를 통해 함께 턱을 괴고 있습니다. 업력에 비해 꽤 많은 구독자와 오픈율(평균 44.6%)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는데요. 이 숫자가 저희에게 왜 중요하냐면요, 모두 사회의 이면을 드러내는 콘텐츠들에 보내주시는 깊은 관심과 애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요즘처럼 읽을 거리, 볼 거리가 넘치는 세상에서 턱괴는레터만큼 길고 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의 존재는 제작자 입장에서 매우 희망적인 시그널이니까요. 턱괴는여자들에게 구독자분들은 '투자자'와 같아요. 금전이 아닌, 시선을 통해 연대하고 지지를 보내주는 투자자요. 그래서 턱괴는여자들은 뉴스레터를 1순위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서 구독자 여러분들께 저희의 진심이 가닿기를 바라면서 매달 글을 발행합니다.
파리에서 미술사⠂건축사학 박사과정을 밟던 정수경과 마찬가지로 파리에서 문화기관경영을 공부하던 석사생 송근영, 이 둘이 만나 지난 삼년 간 인문학으로 세상을 구하겠다고 여기저기서 외쳐댔는데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랐습니다. 매번 대책이 없었고, 매번 시도해보고, 처참히 깨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매우 철없는 인문학도들의 회사가 다행히 아직까지 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장(Market)에서 전시와 책, 뉴스레터 콘텐츠 그리고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사람을 생각하는 콘텐츠가 어디까지 향하게 될지, 그 최종 형태가 뭘지 계속해서 실험하면서요. 이는 모두 투자자(구독자) 분들의 시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솔직하게 고하자면 오늘의 레터는 앞으로의 턱괴는여자들의 방향성을 투자자분들께 공표드리고자 작성되었습니다. 더불어 텀블벅 구조 요청 이렇게 구구절절 전하고 있어요. 사실 작년 12월부터 턱괴는여자들은 ‘노 용역', '노 외주'라는 큰 결정을 내렸어요. 인문학과 공감 능력으로 똘똘뭉친 자체제작 콘텐츠만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턱괴는레터를 유료화하고 싶지 않아서 광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발행되는 광고 역시 '외로움 코스모스'에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만 엄선하고 있어요. 혹시 올 초부터 턱괴는레터에 독기가 느껴지지 않으셨나요?
모든 이미지와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는 신자본주의 시장에서, 또, 성인 기준 1년에 단 한 권을 살까말까하는 2024년에 책과 인문학, 공감 능력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황당한 회사가 바로 턱괴는여자들(toh works)입니다. 지난 삼년간 시도했던 고군분투를 통해서 이제야 아주 조금 사회문제를 다루는 유토피스트로서 신자본주의에서 헤엄치는 법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책을 시작으로 엄청난 기획들이 빼곡히 리스트업되어 있어요. 이 책은 시작일 뿐이지요. 다만, 책의 흥행이 앞으로의 기획을 견인하는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고자 이 레터를 보냅니다. 책을 너머 더 좋은 기획과 서비스로 찾아올게요.
턱괴는여자들의 시작부터 좌우명처럼 삼은 구절이 있어요. 바로 ‘시선은 가장 미시적인 권력이고 정치’입니다. 구독자 분들의 시선이 모여 만들 코스모스를 상상합니다. 그리고 그 코스모스를 지지대 삼아 사람을 위한 콘텐츠로 세상을 구해볼게요.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는』 외로움의 땅 위에 서있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생존 신호이자 집결 신호입니다. 보내주시는 시선의 힘으로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양질의 콘텐츠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이 글을 마칩니다.
2024년 6월 10일
턱괴는여자들
정수경, 송근영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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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괴는여자들이 찾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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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천천히 다시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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