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법들로 우리는 더 단단히 살아남을거야! 안녕하세요. 턱괴는여자들입니다.
요즘 우리는 지속적으로 ‘외로움'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한데요. 최근 인스타그램 팔로워 분들께 ‘얼마나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가?’와 ‘고독사에 대해 얼마나 가깝게 체감하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드린 적이 있어요. 두 질문의 답변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먼저, ‘외로움'에 관한 답변에는 주로 중간층이 많았어요.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는 정도? 그런데 ‘고독사'에 대한 답은 양극단으로 나뉘더라고요. 아예 멀다고 느끼거나, 정말 피부로 체감하거나.
답을 보며 (물론 많은 모수가 아니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외로움은 보편적이지만, 고독사는 특정 누군가가 더 예민하게 느끼는 걸까?’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 ‘턱괴는레터’는 21세기,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고독사(고립사)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
|
|
‘무연(無緣) 사회’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말 그대로 ‘인연이 없는, 연고가 없는 사회’를 뜻합니다.
이 개념은 2010년 일본의 종교학자 시마다 히로미가 자신의 저서 『사람은 홀로 죽는다』에서 정의한 현대 일본 사회의 단면입니다. 농경사회의 대가족 구조가 산업화 현대 도시에서 1인 가구로 재편되며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 중에 하나죠. 그래서 대한민국의 우리에게도 이 모습은 익숙합니다. 가족, 친구 그리고 일터에서 교류하는 동료들도 있지만, 어쩐지 종종 외롭다고 느끼며, 고립되는 현상.
시마다 히로미는 죽음은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고, 그 자체로 고독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그런데, 무연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에게 또 다른 공포가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죽는가”에 대한 두려움이죠.
장례식에 참여해 본 적이 있나요? 혹은 장지에 따라가 본 경험이 있나요? 고인의 자녀가 영정사진을 들고 선두를 이끌고, 뒤이어 고인의 관을 6명이 나눠듭니다. 그 뒤로 행렬이 이어지죠. 이 광경은 동서를 막론하고 전통사회에서부터 이어내려옵니다. 즉, 누군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했던 거죠. 그런데 요즘은 다릅니다. 보통 결혼식을 부모의 성적표, 장례식을 자녀의 성적표라고 말하는데요. 평균적으로 자녀가 1-2명인 요즘은 관을 들 가까운 가족이 없어, 친구나 회사 동료가 대신 들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누군가는 미리미리 상조를 가입하기도 해요. 상조회사는 적은 가족 구성원도 매끄러운 장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음식을 챙기는 것부터 식의 마지막까지 돕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온점인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이렇듯 장례 서비스라는 없던 비즈니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두려움을 마중물로 다양한 산업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일 겁니다. 비즈니스는 인간 근본적인 것을 건드릴 때, 가장 파급력이 크니까요.
그런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강력한 것들이 찾아옵니다. 이 무연사회의 종착점에 있는, 우리가 ‘고독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죠. |
|
|
고독사(孤獨死)는 표준국어대사전는 등재되지 않은 신조어입니다.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합니다. 미디어에서 고독사에 대한 소식을 접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됩니다.
“부산서 또 고독사, 5년 만에 발견”(경향신문, 2013.10.01)
대개 이런 제목을 단 신문 단신들이었습니다. 고독사는 흩어진 점처럼 보였습니다. 신문 사회면에 종종 출연하는 사회 저편의 ‘이벤트'일 뿐,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로 여겨졌죠. 내게는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고독사 당사자들에게도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여깁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요. 고독사라는 흩어진 점들이 실은 이면에서 촘촘히 그물처럼 이어져 우리에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독사가 실은 사회적 산물이라는 핵심을 짚은 사람이 있어요. 부산 영도 경찰서 지능범죄 수사팀에 근무하는 권종호 형사입니다. 2023년 출간된 그의 책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에는 인상적인 구절이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5년 범죄를 소탕하겠다며 천방지축 날뛰는 망아지 같은 형사가 된 나는 또 다른 살인 사건을 배당받았다. 사망자는 이 시대의 독거노인. 피의자는 대한민국, 바로 이 나라의 사회였다. 나는 이 사건을 이렇게 부른다.
“사회가 방치한 또 다른 범죄 고독사””
턱괴녀는 이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우리는 외로움 역시 사회구조적으로 형성되었다고 주장하니까요. 1인 가구, 무연사회가 도시, 산업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사회적 구조라면 그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사회의 역할일 것입니다. 비단 1인 가구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도 아니에요. 내게 가족이 있더라도 이 세상에서 1인이 될 경우는 주말부부, 이혼, 사고, 사업 실패, 자녀 사망 등을 포함해 비일비재하니까요.
이 책에는 약 20년간 고독사 현장을 마주한 그의 총체적인 경험과 제언이 담겨있습니다. 현장 묘사들이 있기에 거칠고 직접적이기도 해요. 당사자가 누구였고, 어떤 히스토리가 있었는지, 현장 담당자의 시선에서 풀어낸 이야기들은 “ㅇㅇ에서 발견된 고독사”란 제목 한 줄 이면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다시 말해, 고독사는 무연사회에 따라오는 사회적 산물이므로 국가에서 대비, 보완, 해결 방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권종호 경장은 고독사의 피의자는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는 것이죠. |
|
|
2022년, 한국 정부는 광복 이후 처음으로 고독사를 조사했습니다. 일명 ‘고독사 실태조사'. 경찰청에서 취합한 2017년부터 5년간의 고독사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망자 100명 중 1명은 고독사였어요. 2021년 기준으로 하루 9명, 일 년에 3378명이 고독사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5년간 연간 평균 8.8%의 증가세를 보였고요.
정부는 2022년 4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명 고독사 예방법을 시행했어요. 그리고 2023년 5월,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최초로 수립했어요. 2027년까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자 수 20% 감소를 목표로,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지원하기 위한 인적∙물적 안전망을 최대한 동원할 거라고 공표했죠.
그런데 말입니다. 다시 돌아와, 고독사가 ‘단절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한 이의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것이라면 그 ‘일정한 시간’은 얼마일까요? 정답은 ‘그때그때 다름’입니다. 우리보다 빠르게 고독사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일본은 ‘자택에서 혼자 사망하면 사후 2일(48시간) 후 지나고 발견된 경우’를 고독사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공무원에 따라 고독사의 기준 시간이 제각각인 상황입니다. 권종호 경사는 72시간이 지나 발견된 죽음을 고독사로 여긴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도 비슷한 시간을 기준점으로 잡고 있어요. 하지만 권 경사에 따르면 고독사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담당자에 따라 고독사의 정의 시간을 사후 5일 또는 7일로 보기도 한다고 해요. 그러니 열심히 조사하고 있는 통계의 의미가 사실상 없어집니다.
정부는 지금 고독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서울시 동대문구는 고독사 위험 가구 건강음료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독거노인, 독거 중장년 등 사회적 고립 위험이 있는 1인 가구에 주 3회 요구르트류와 같은 건강음료를 배달하면서 안부를 확인하는 사업이에요. 또, 보건복지부는 <안 고독한 고독 영상>이라는 고독사 알리기 캠페인을 열고 있어요. 고독사의 절반 수가 5060 남성이기에 배우 임원희가 5060남성 ‘최고립’으로 열연하죠.
그러나, 본질은 ‘고독사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것이에요. 통계자료를 만들고 숫자를 따지기 전에 대한민국 실정에 맞는 고독사의 시간은 언제인가부터, 그리고 ‘고독사’라는 신조어가 옳은지부터 따져봐야 하죠. 턱괴녀는 지속적으로 의문을 던지며 앞으로 고립사라는 단어를 더욱 사용하려고 해요. 자발성이 담긴 고독 Solitude보다는 사회적으로 분리된, 고립된 Social isolation이 적합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
|
|
<5060 신중년을 대표하는 최고립을 위하여> (영상 출처 : 보건복지부TV) |
|
|
고립사(고독사) 예방은 사회적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요. 그러나 이 무연사회에서 생존할 개인적 차원의 방법도 있습니다. 주변에 손을 내미는 행위입니다. 부모와 떨어져 사는 이는 평균 주 2.2회 부모님께 전화드린다고 해요. 바쁜 일상이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가까운 이에게 보내는 전화와 메시지.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어떤가요, 고립사에 대해 궁금해지셨나요? ‘외로움은 사회구조적으로 형성된다’는 가설을 추적하고 있는 턱괴녀에게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는 소중한 책이에요. 고립사가 스멀스멀 우리를 둘러싸는 현실 속에서, 한국의 고립사(고독사)를 호명하는 첫 책이거든요. (인터넷 서점에서 ‘고독사’를 검색해 보세요.)
권종호 경장의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턱괴녀가 보내 드릴게요. 읽고 함께 턱괴자구요. 그리고 무연사회에서 우리 함께 생존해요. 턱괴녀는 매번 턱괴는레터의 리뷰를 기다린다는 것도 잊지마세요!🫶
|
|
|
🤓📚 (광고) 산지니 X 턱괴녀 :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증정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
|
|
✨ 이벤트 참여 방법 📲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때 연락할 수 있는 친구, 누가 있지?
1. ‘그 친구’를 본 피드에 댓글로 태그해주세요.
2. 댓글이 달리면 자동 응모!
3. 3월 21일 목요일, 총 5분을 추첨하여 책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를 보내드립니다.
🧭 이벤트 기간 : 3월 15일 ~ 3월 20일 자정 🧭 당첨자는 턱괴는여자들 스토리로 공지되며, 개인 디엠을 통해 연락드립니다. |
|
|
턱괴는레터에 관련된 모든 피드백을 환영해요.
좋았던 점, 나아졌으면 하는 점, 관련되어서 궁금한 점! (ex. 이 사람 인터뷰해주세요! 등)
구독자 분들의 피드백은 더 나은 턱괴는레터를 만들 뿐 아니라 턱괴녀를 춤추게 한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