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턱괴녀 메일의 마지막 문장이었어요. 인생은 (크거나 작은) 하나의 배와 지도를 가지고 망망대해로 떠나는 모험 같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거든요. 목적지까지의 지도가 얼마나 정확한지 혹은 배가 얼마나 크고 튼튼한지에 따라 항해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희는 그 여정을 결정짓는 건 결국은 태도와 용기라고 굳게 믿어요.
왜냐하면, 두 명의 레퍼런스가 있기 때문이에요. 명나라의 정화(鄭和)와 이탈리아 제노바 공화국 출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이 둘은 동양과 서양에서 각각 대항해시대를 열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정화는 콜럼버스 보다 약 100년 앞서 여러 차례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너머 아프리카 케냐까지 당도했어요. 길이 137m, 넓이 56m의 대형 보선 62척을 비롯해 함대는 총 300척. 가장 큰 배는 3000t이 넘는다고 해요. 승선 인원도 2만 8,000명. 반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1492년에 이르러서야 스페인을 출발해 대서양을 횡단했어요. 단 250t급 세 척의 배와 선원 88명을 데리고요.
그런데 왜 우리에겐 콜럼버스가 더 익숙할까요. 배의 규모도 인원도 더 탄탄했던 정화가 아니고요. 명나라의 해외무역 기피라는 사유도 있겠지만, 다수의 학자들은 둘의 결정적인 차이를 항해 방법으로 대변되는 가치관에 있다고 여깁니다. 정화는 해안선을 따라가는 항해법으로 동남아시아, 인도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항해했어요. 중간에 위기가 생긴다면 항로를 바꿔 언제든지 가까운 해변가로 갈 수 있었어요. 반면, 스페인 정부와 계약을 맺은 민간 탐험 기업 콜럼버스 팀은 정해진 예산 내에 항해를 마쳐야 했기 때문에 가장 빠른 항로를 선택합니다. 즉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모험을 택하죠. 두려움을 연료 삼고, 용기를 벗으로 여기며. 모든 것을 다 걸고, 끝없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긴긴 바닷길을 넘었을 거예요.
이 레퍼런스를 통해 깨달았어요. 지향해야 할 항해의 구체적인 자세를요. 턱괴녀의 2024년은 불안과 두려움을 연료로 태워 나아가고, 용기를 북극성 삼아 방향을 찾는 항해가 될 거예요.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턱괴는 ‘주주'님들 역시 호방하게 삶을 향해하시길 바랄게요.
그럼 4월에 출간될 책에 맞추어 개편될 턱괴는레터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무엇보다 건강하시길!
턱괴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