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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님. 인문학과 공감능력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 턱괴는여자들입니다.

새해에는 턱 님들(*) 모두 복 짓고, 복 받으시길 바랄게요. 

(*) '턱 님'이란? 생각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제스쳐, 턱괴는 자세를 의미하며 턱을 괴고 사색을 즐기는 턱괴는레터 구독자분들을 부르는 애칭 

연말 연초 정말 엄청난 일들이 우리 사회에 쏟아졌습니다. 어렵게 쌓아온 민주주의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법치주의를 농락하는 권력자의 횡포 앞에서, 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앞에서 분노와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그 분노와 슬픔을 다독이는 것 또한 인간의 마음과 손길이더라고요. 그래서 인문학과 공감능력이 세상을 구한다는 저희의 슬로건이 새삼스레 더욱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결국은 사람이라는 점에서요. 

레터를 쓰는 오늘(1월 15일 오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라는 아주 속 시원한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드디어! 마참내! 정치의 진영을 떠나 '법'이라는 국민으로서의 약속을 어기는 사람에게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직책이 적합한가 싶습니다. 이런 어른이 벌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은 나쁜 거예요.', '친구를 괴롭히면 안 돼요.'라는 법보다 큰 단위의, 사회를 지탱하는 윤리나 규범을 말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정말 기쁜 날입니다. 또 턱괴녀의 47번째 뉴스레터이자 25년 첫 레터를 작성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기뻐라!) 

🔍 1월의 첫번 째 레터에서는 다음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 성실한 턱괴는레터, 2024년 회고
  턱괴녀는 작년 26개의 레터를 발행했다는데... (부지런, 성실, 꾸준함의 아이콘...)
• 2025년, 턱괴녀 뭐할거예요? 
  어느 밝은 사각지대를 찾아 의미를 부여할까요.

• 50.8%의 오픈율 
• 영화 <플랜 75>와의 이벤트가 연계된 레터였습니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은 마라맛 제목으로 인해 구독자 님들께 놀람을 주었던 레터이기도 해요. 한 60대 구독자 님께서는 사려깊은 피드백을 주셨어요. 그 메일을 받은 턱괴녀는 이 역시 저희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에이지즘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어요. 30대인 턱괴녀에게 75세란 아직은 큰 시차가 있는 시간대였지만, 60대 구독자님께는 훨씬 가까운 시점임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제목이었던 셈이죠. 턱괴녀는 메일을 보내주신 60대 턱 님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재발방지차원이기도 했지만, 핵심은 겪어보지 않은 시간대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오직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가가는 태도라 여겼거든요.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오픈율도 감사하지만, 동시에 구독자분과의 밀접한 대화로 턱괴녀의 시야가 넓어지는 레터였습니다.

2025년 턱괴녀는?

(*) 마동석 님은 턱괴녀의 뮤즈입니다. 공감능력은 어쩌면 근육과 주먹에서 생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습니다. 

'턱괴는레터'에에서 25년 탐구할 주제로 '가족의 대안' 언급하긴 했지만, 이 연구를 수행하는 동시에 턱괴녀는 좀 더 대외적으로 올해 어떤 일들을 해나갈까요? 

출판과 전시

턱괴녀는 출판 및 전시기획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깊은 해찰과 공감이라고 믿기 때문인데요. (그러려면 글과 이미지가 필요하다!) 

올해는 출간 예정인 책 2권을 열심히 만들어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에요. 저자분들과 열심히 회의-기획하고 있어요. 또 에이지즘을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시는 작년부터 계속해서 연구하며(턱괴는레터 읽어보시는 분들은 아시죠?) 기획안을 업데이트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참 하루하루 쉽지가 않아요. 프랑스에서 온 턱괴녀, 아직 '한국의 행정'을 잘 모른다는 생각을 요새 자주 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자 선생님께서 언젠가 턱괴녀(미미정)에게 "귀국하는 중이시군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는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유학 후) 귀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에요. 나도 5년에 걸쳐서 한국에 돌아왔어요."(*)

몇 년에 걸쳐서 몸과 마음이 돌아온다는 개념, 듣는 순간 굉장히 놀랐었습니다. 제 몸은 한국에 있어도 제 또 다른 몸은 프랑스와 한국 사이의 유라시아 대륙 어디쯤을 느리게 걸어오는 중인가 봅니다. 종종 한국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곤 했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한국 행정에 조금 더 익숙해져 보기로 했습니다. 턱괴녀 과연 원하는 기획으로 전시를 만들 수 있을까요? 

(*) 턱괴녀 다음 책 저자분과의 대화였답니다. 정말 엄청난 통찰의 주인공. 올해 꼭 그의 이야기를 님께 전달하고 싶네요. 

만나요 프로젝트

무엇보다 올해는 턱님들을 직접 만날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만들려고 해요. 작년을 정리하며 문득 든 생각이 있어요. '멋진 모습으로 쾌적한 컨디션에서 턱님들을 만나고 싶어서 어쩌면 만남을 계속해서 미뤘을지도 모른다.'였습니다. 표현되지 않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요. 만남을, 응원을, 연대를 미루면 안되겠다고 다짐했어요.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턱괴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통용된다면 그곳이 어디든 자주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런데, 저희만 보고 싶은 거 아니죠…?)

확장되는 연구

앞으로 턱괴녀가 천착할 연구 주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두 가지는 확실해요. 작년 한 해 동안 턱괴녀 활동을 통해서 페미니즘 관점에서의 #생애주기 #노년 #에이지즘 에 관한 더욱 깊은 탐구가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또한, 사회구조적으로 형성되는 #외로움 에 관한 폭넓은 담론이 필요하다는 점도요. 

위의 두 가지를 가지치기 해나가던 중, 턱괴녀의 시야에 걸려든 밝은 사각지대가 있어요. 바로 사회적 기준으로서 '장애'입니다. 사실 매번 턱괴녀가 질문하는 그 지점, '사회가 말하는 정상성'에 연결된 주제예요. 정상성이라는 개념은 사실 굉장히 상대적입니다. 예를 들어, 야구장 속 여성의 자리는 응원석인가?와 같은 주제기도 하죠. 이 질문은 다르게 말해보면, 야구를 '하는' 주체에 여성이 적합하지 않다고 뉘앙스를 풍기는 현실을 비틀어 묻는 거니까요. 이 질문에 대한 연구와 답이 궁금하시면 여기, 이 책을 살펴봐 주세요. 

턱괴녀가 외로움으로부터 노년, 나아가 생애주기로 이어지는 리서치를 하며 건져 올린 개념이 있어요. 우리는 '일시적 비장애인'이라는 점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이분법적 개념이 아니라, 일시적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노화'와 '장애'를 살펴야겠다고 생각하고 장애 예술 전시와 연극을 찾아다녔습니다. 노년이나 생애주기 관련 전시가 없으니 레퍼런스 삼아 보러 다녔거든요. 그러던 중 신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장애예술문화원에서 뮤지컬 ⟪푸른 나비의 숲⟫의 공연 리뷰 의뢰가 왔거든요. (턱괴녀의 연구를 눈여겨 봐주신 덕분일까요?) 모든 이야기는 관찰과 기록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글 전문을 링크 걸어 놓겠습니다. 작년 하반기 내내 머리속을 떠다니던 이야기들이 조금 정리되었습니다. 더욱 발전시켜 올 한 해 만들어 낼 전시와 책에 담뿍 담아보려고 해요. 

"지난 2024년 12월 24일,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의 국민이 5명 중 1명이라는 뜻이다. 2025년일 것이라는 기존 예측보다도 앞섰다. 우리는 빠르게 늙고 있다. 이는 장애가 일상에 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와 비장애 사이, 정상성의 모순 사이. 어설프게 공고한 이 낡은 기준들에 재정의가 필요하다."

- <마음의 눈으로 감각하는 땅> 정수경

전문은 여기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나약한 나는 이제 그만!

턱괴녀표 만다라트 제작 워크숍 파티원 모집

올해 좀 더 자주 만나자고 했잖아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만나요 프로그램 1] 

연초에 동료들과 한번 파일럿 식으로 해보았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던 만다라트 제작 워크숍입니다! 

오타니 좋아하세요? 오랫동안 야구를 보고 자랐던 (무등산 아기 호랑이 출신) 턱괴녀는 오타니 쇼헤이를 매우 좋아합니다. 

오타니가 고등학교 때 제작했다던 '만다라트'. 거대해 보이는 하나의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8개의 세부 목표를 수립하고, 각 세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8개의 행동을 설정하는 계획 도구입니다. 

만다라트를 23년 연말, 동료들과 해본 적이 있어요. 계획형-통제형 인간으로 살아온 관성이 있어 금방 채울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어려웠어요. 8개의 세부 목표 중 6개도 다 못 채웠거든요. 더욱 큰 문제는 만다라트의 중심,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가 공란이었던 점이에요.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24년 내내 이 부재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해보며 알게 된 사실인데요, 생각보다 많은 성인이 5년 뒤, 10년 뒤 혹은 평생의 TO DO가 부재한 채로 삶을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작년 한 해 동안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해 보고,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통해 2025년 턱괴녀표 만다라트를 완성했습니다(!) 다 채우지 못한 칸들일지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됐거든요. 촘촘해진 올해의 만다라트를 보고 있자니, 일 년을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시각화가 되더라구요. 거대해 보이는 목표가 구체적인 마일스톤과 타임라인으로 쪼개지기 시작했어요. 제게 질문의 시간을 계속해서 갖게 만든 이 도구, 만다라트를 턱 님들과 함께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요. 

턱 님들 새해맞이 마음속에 하나쯤 목표나 계획을 세워두셨을 텐데요. 막연해 보이는 꿈을 구체화할 수 있는 턱괴녀표 업데이트 만다라트 함께 해보실래요? 턱괴녀가 업데이트한 가이드라인으로 조금 더 명료한 계획을 만들어 보실 수 있을거예요

👑 준비물 : 노트 혹은 스케줄러와 경건한 마음

👑 일정 : 25년 01월 23일 목요일 19-21시

👑 참가비 : 10,000원

👑 진행 방식 : 온라인 

👑 참여 인원 : 15명 🧙‍♂️🧙‍♀️

나가며

일 년이 52주라는 거 아세요? 한 주를 숫자로 치환하면 '2%'예요. 올해의 프로그레스 바가 6%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요. 턱괴녀는 시간성이라는 감각을 바로 느끼고 싶어서 다이어리 위클리 페이지 상단에 2%,  4%,  6%... 이런식으로 숫자를 적어놓았어요. 약간 지독한가요? 그런데 이 숫자를 보니 오히려 몸과 마음의 휴식을 더욱 엄하게 지키게 되더라고요. 전체적인 생산성이 높아졌어요. 모두 만다라트와 1월 1일에 노트에 적어둔 아래의 시 덕분이에요. 

삶은 연극같아요. 재촬영도 편집도 없는. 원테이크로 무대 위의 모든 중압감을 견뎌야 하는 연극이요. 넘어지더라도 대사를 잊더라도 잠시 조명이 꺼져도,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공이에요. 연극의 주인공이 되신걸 축하해요! 올 한 해, 님의 연극 1열에 턱괴녀가 있을게요! 그럼 또 만나요! 

신간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 턱괴녀의 사진을 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