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을 두려워 말기, 노혜지 님 인터뷰 💌 2023년 7월 턱괴는레터
사는 대로 생각말고, 생각 대로 사는 방법
'앎'이 두렵지 않기 위해서, 노혜지(들불레터 대표)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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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괴는여자들
🙆🏻 우리는 인문학과 공감능력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 우리는 변화가 필요한 것을 찾고, 바꾸기 위해 리서치하는 연구자들입니다.
🙋🏿 우리는 그 리서치 자료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아는 사업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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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레터를 만들고 운영하는 노혜지 대표와의 인터뷰를 준비하며, 그의 이전 인터뷰를 읽다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인터뷰에서 노혜지 대표가 들불레터를 지속하기 위해 '무엇'을 감내해왔는지 감히 느껴졌기 때문이었죠. 아마 '고통'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들, 몰라서 아프지 않은 것들, 몰라서 웃을 수 있는 것들 - '무지'는 편안한 삶을 보장하는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알게 되는 순간, 주변은 알기에 지나칠 수 없는 것들, 알아서 고통스러운 것들, 아니까 웃어넘길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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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지 대표는 '앎'을 택하고, '고통'과 교환하며 북클럽을 운영합니다. 그리고 이 독서모임에는 기꺼이 같은 고통을 감내하기로 한 여성들(턱을 괴는 여자들)이 참여합니다. *2022.08.29 아트인사이트 인터뷰, 위 “문장”은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의 서문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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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괴녀 with 턱괴녀
🔥들불레터 노혜지 대표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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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어요. 들불레터의 전신인 독서 모임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페미니즘을 공부해보고 싶어서' 였다고요. 혜지님께서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게 된 결정적인 계기 혹은 사건이 있었나요?
➡️ 대학생 때 운동권 동아리에 있었는데 내부 갈등이 있었어요. 여학생은 시위 전면에 나설 수 없는 분위기가 도드라졌거든요. 이때 여성 선배가 반기를 들면서 갈등이 깊어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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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해를 못했었는데, 선배가 소개해준 페미니즘 책 한권을 읽고 나서는 공감이 좀 되더라고요. 그러다 졸업반 때 고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고시촌이 각종 범죄의 온상이었어요. 그중 성범죄도 많았고요. 남자 고시생이 여자 고시생을 성폭행하는 일들이 바로 제 주변에서 일어났고, 그때 진짜 분노가 생겼죠.
'성폭행은 왜 이렇게 잦게 일어나고, 경찰은 왜 우리 말을 안 믿어줄까?' 제 분노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싶어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중 제가 영향을 많이 받았던 책은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에요. 왜냐하면 실생활과 밀접하거든요. 성희롱 발언을 들었을 때 맞받아칠 방법을 알려주는 등 실용서에 가까워요. 이론서보다는 그런 게 필요했던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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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대를 졸업하고 일반 취업으로 회사생활을 하면서 들불레터를 키웠다고 들었어요. 진로와 인생의 가치관("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고 살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두루두루 치열했을 것 같습니다. '현재'에 도달한 과정이 궁금해요.
➡️ 처음엔 당연히 사법고시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는 내내 저 스스로 법조계에 맞는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했어요. 법의 틀 안에서 약자와 소수자는 오히려 제외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고시에 합격한 남자 선배가 후배들을 룸살롱에 데려가는 일들이 바로 제 주변에서 생겼거든요.
결국 사법 고시 대신 행정고시 준비를 3년 정도 했는데 늘 2차에서 떨어졌어요. 그 와중에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품앗이하는(서로 돕는) 모임에 가게 되었는데 신념을 가지고 사는 모습이 이런거구나 싶더라고요. 일상에선 마주치기 힘든 부류의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은 세상의 궤도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느꼈어요. 돈이 안 되더라도요.
그 후에 취직하게 된 곳이 어느 기업의 사회공헌 파트였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했던 '사회공헌'이 너무 이상적이었다는 걸, 6년 동안 일을 하면서 깨달았죠. 기업이 '사회공헌'을 하는 목적엔 홍보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직접 하기 위해 2017년에 들불레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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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며 들불레터를 준비 중인 노혜지 대표의 책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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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들불레터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그동안의 선정 도서들을 보면, 들불레터는 독서 모임인 동시에 공부 모임 같아요. 철학서, 이론서 혹은 에세이어도 학술적인 근거나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책들이 많은 것 같거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론 문학의 아름다움과 중요성도 잘 아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학의 매력, 설득력은 무엇일까요?
➡️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들불에서 문학을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는 건데요.
💬 들불레터에서 문학을 자주 다루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느껴지거든요.
➡️ 네 맞아요. 사회과학이나 인문계열 책들을 더 많이 선정한 건, 그런 이론 책들을 먼저 읽는 게 궁극적으로 문학을 읽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문학이 우리를 매료시키는 지점은 그 안에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이죠. 내가 상상도 못해본 선택지와, 선택해본 적 없는 길을 걸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게 참 흥미롭잖아요.
저는 선택이라는 게 온전히 개인적일 수 없고, 결국 이데올로기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문학 속의 어떤 선택의 맥락을 이해할 때 사회과학서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더 흥미롭게 다가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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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불레터의 아젠다와 레퍼런스는 한결같이 촘촘한데요. 주제 선정과 책은 어떻게 찾으시는지, 솔직히 그 구체적인 방법이 너무 궁금해요.
➡️ 평소에 종이 신문을 읽는데요. 거기서 뽑아내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해 둔 키워드 리스트가 있어요. 이 문서에서 키워드를 추출한 뒤 구글에 검색해 봅니다. 그러면 거기서 또 키워드 확장이 돼요. 그렇게 확장된 키워드로 걸리는 논문도 읽고, 그 논문 속에서 인용된 도서가 있으면 그것까지 체크해요. 그리고 인용 도서의 인용 도서까지 한 번 더 체크해 보고요.
결국 종이신문에서 논문, 논문에서 책, 책에서 다른 책으로 3번 정도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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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인구가 점점 줄어든다는 기사가 매일같이 나오지만, 동시에 독립서점이나 이런 독서 모임처럼 책과 연계된 형태의 비즈니스는 점점 더 증가하는 것 같아요. 세계적인 리더들도 여전히 독서가 중요하다고 말하고요. 한편으론, 개인 수요는 어쨌든 너무 한정적이라고 보여져요. 들불레터의 대표로서 혜지 님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이나 확장성에 대해서 고민해보신 적은 없나요?
➡️최근에 굉장히 치열하게 고민하는 중이에요. 예를 들어, 문학 팟캐스트의 구독자가 1천 명이면 그 풀 안에 있는 사람이 뉴스레터도 구독하고 북토크 등 다른 행사에도 참여하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도 이런 사업이 지속되는 건, 제 생각엔 문턱을 낮추는 게 유효한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저도 들불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문턱을 낮출 수 있느냐? 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제가 봐도 좀 높거든요. 그래서 소설이나 에세이 북클럽도 오픈해 보려고 하고요.
결론적으로는 ‘활동’을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최근 진행한 모임에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분이 오셨는데, 그게 바로 들불의 지향점이에요.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가볍고 편안한 모임을 계속 운영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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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불레터는 여성들이 모일 수 있는 독서 모임이에요. 시작도 페미니즘을 공부해 보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고요. 페미니즘은 어느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다가 최근에는 갑자기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주제가 되어버리기도 했죠.
혜지 님께서 지금 와서야 정리하게 된 페미니즘은 결국 무엇일까요?
➡️ 사회 현상으로서의 페미니즘은 사실 큰 유행은 지나갔다고 생각해요.
지금 최대 화두는 환경이나 동물권이죠. 이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현재는 그렇게 진단하고 싶고요.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가 페미니즘의 가치 같아요. 분위기를 깨는 페미니스트의 이야기가 한동안 많이 올라왔는데,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근데 이건 그렇지 않아?’ 반론을 제기해서 분위기가 싸해지는 거, 그게 페미니스트의 역할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하고요.
💬 그런데, 더 부드럽고 포용적인 페미니즘 태도도 있잖아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는 알려주는 역할 정도예요. ‘이건 잘못됐어.’라고요. 결국에는 그 뒤에 나아질 수 있도록 더 자세히 알려주고 포용할 수 있는 존재도 필요하죠. 이런 분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실 거라고 봐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에게 페미니즘은 이론으로만 펼쳐두는 것 아니라, ‘전략’이다. 반드시 실행시키고 성취를 이루어야 할 전술, 전략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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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설프게 알면 더 두렵다."라는 문장이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는 내내 떠올랐어요.
들불레터는 성공하려고, 이기려고 존재하는 것보다 정확하고 잘 알게 도와줘서 두려워하지 않도록, 앎이 고통으로만 남지 않도록 도와주는 의미가 있다고 봐요.
대표님께서 책을 읽고 공부함으로 인해서 '앎'이 '고통'을 넘어 '기쁨'과 '용기'로 탈바꿈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최대한 구체적인 과정이 듣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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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편인데, 정규직과 계약직의 처우가 너무 다르다는 걸 경험했거든요.
<회사가 사라졌다>라는 책이 있어요. 회사가 갑자기 폐업했을 때 노동자가 시위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에요. 사건의 경위만 봤을 때는 고통스러워요.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중장년 여성들이 내용이니까요. 그렇게 계속 괴로울 것 같고 불행할 것 같지만, 그 참여자들이 이렇게까지 연대하며 같은 것을 주장하고, 내 뜻을 어필해 본 적 없다며 그 과정에서 기뻐하기도 해요.
그 이야기를 읽고 엄청난 희열을 느꼈거든요. 아, 내가 노동 문제에 대해 너무 단편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 노동은 너무 괴롭기만 했던 문제였던 거죠. 정말 그 과정에서 기쁨을 찾던 사람들도 있다는 것. 그 점이 보이자, 나도 용기를 갖고 계속해서 이 문제를 직면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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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요?
➡️ 첫 번째는 들불의 목표는 문턱을 낮추기.
그렇다고 어려운 이야기를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다수의 여성이 내가 사회적 존재로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생각하다가 좀 멈춰버린 것 같아요. 그게 정말 아쉬워서 그런 기회를 만들고 싶고요.
두 번째는 공부하는 모임(스터디 클럽)을 진짜 학교처럼 타이트하게 운영해 보고 싶어요.
들불 학교가 내년 계획입니다. 이렇게 다른 방향성의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 네, 꼭 실행할 수 있길 응원합니다.
혜지 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결국 우리가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 대로 살기 위해 애쓰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 또 그 과정에서 누리는 삶의 괴로움도 있지만, 기쁨도 충분하다는 걸 짐작했어요. 감사합니다.
➡️ 네, 저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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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피어스 스틸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게으를 수밖에 없도록 설정되어 있다고 해요. 생존과 무관한 일에는 에너지를 비축해 놓고, 지금 이 순간의 편안함과 행복감을 우선으로 선택하죠. 미래 그 언젠가의 행복을 위해 지금, 불편함과 고생을 택하지 않아요.
들불레터 노혜지 대표님과의 대화를 통해 턱괴녀는 설정값을 거스르는 삶과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뇌의 합리적인 프로그램에 저항하며 ‘모르고, 편하게, 웃으며 살 수 있는 지금’을 거부하는 삶의 태도가 노혜지 대표님과 들불레터,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분들의 공통점이 아닐까요. 그게 바로 주체성이고 신념으로 사는 삶이구나 하는 결과에 섣부르지만,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주어진 하루를 만들어진 설정값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시 설계한 시간으로 사는 삶, 신념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삶이요.
우리는 그러한 삶의 자세를 턱괴기로 보고 있어요. 그들의 턱괴기는 지금의 고통을 담보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게 될거예요. 그 범주는 개인이 아니라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 생태계가 되겠죠. 턱괴녀와 들불레터가 다른 비즈니스모델과 행동양식을 갖고 있지만 같은 코어를 갖고 있네요. 우리는 미래의 어느 곳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또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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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괴는여자들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 2길 19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Platform P 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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