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근 대표님 인터뷰, 리서치 리딩 등 💌 2023년 2월 턱괴는레터 : 야구계 홍일점 40년이 담긴 미공개 인터뷰
유부근 대표님 인터뷰와 <리서치란 무엇인가?>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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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괴는여자들
🙆🏻 우리는 인문학과 공감능력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 우리는 변화가 필요한 것을 찾고, 바꾸기 위해 리서치하는 연구자들입니다.
🙋🏿 우리는 그 리서치 자료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아는 사업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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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턱괴녀입니다.
2023년 2월 뉴스레터를 보내며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체감합니다. 고작 2~3일 짧은 것뿐인데, 2월은 유난히 쏜살같이 지나가요. 아직 새해 계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했다면, 2월을 잘 마무리하고 넘어가요. 그럼, 2월을 잘 보내줄 수 있도록 턱괴는레터 시작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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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괴녀와 같이 읽기📚
<리서치란 무엇인가?> 도대체 리서치는 어떻게 하는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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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드 대학원센터의 학장으로 리서치의 역사를 연구하는 피터 밀러 (Peter Miller)의 저서 <리서치란 무엇인가?>를 벌써 세 번째 함께 읽고 있습니다. 지난 레터에서는 토론 참여자들이 누구인지 소개하고, 각각에 대해 코멘트를 남겼어요. 과학자, 예술가, 인문학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9명) 모였죠. 이번에는 이들이 리서치하는 과정과 방법론에 대해 살펴보려고 해요. 물론, 턱괴녀의 개성이 담긴 코멘트도 남기고요!
⬇️<다시 읽기!👀>
: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했지만, 사진을 찍는 예술가. 자신의 작업은 과학 사진 같기도 하지만, 스스로 '예술가로서 과학을 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작가가 명명하는 리서치는 결국 액세스 권한을 얻는 것.
2 테리 플랭크(Terry Plank)
: 화산에 대해 연구한다. 리서치의 관점에서, 자신의 연구를 어떤 방식으로 분류해야 할지 고민 중.
3 마리나 러스토우(Marina Rustow)
: 역사학자. '캐시(Cache)'라는 카이로 중세 회당에 보존된 특정한 텍스트를 연구한다. 캐시 중에서도 '다큐멘터리 텍스트'라고 일컫는 것을 탐구하는데, 편지, 법률 문서, 식료품 목록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후세를 염두에 두며 작성된 문서가 결코 아니라는 것.
4 히데오 마부치(Hideo Mabuchi)
: 물리학 전공. 스탠포드대학에서 응용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동시에 개인적인 관심의 연장으로 도예가로도 활동한다. 흙이 높은 온도에서 단단해지고 휘기도하고 유약이 녹기도하는 변형과정을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5 실라 니런버그(Sheila Nirenberg)
: 신경 코딩을 연구한다. 쉽게 설명하면 인식에 필요한 부분만 기억하는 뇌의 기능. 이 과정에서 니런버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치를 만들 수는 방법을 발견했고, 이 깨달음은 일련의 ‘책임감'으로 니런버그에게 작동한다. 아픈 사람들에게 편리한 발명품을 전달하기 위해 니런버그가 선택한건? ‘회사 차리기’.
6 톰 조이스(Tom Joyce)
: 49년간 철을 다루는 조각가. 약 35억년 전 탄생한 최초의 광합성 생명체인 시아노박테리아가 생성해낸 산소와 그 산소가 산화시킨 철의 공생관계와 같이 철의 근원을 파헤친다. 그의 작품은 철을 극한의 온도로 가열하고 매우 빠르게 냉각하는 침식 과정을 거쳐 생성된 내부 입자 구조를 노출시킨다. 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던 독특한 철의 물성을 드러낸다.
7 애니 도슨(Annie Dorsen)
: 연극 감독이자 작가.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협력하여 알고리즘 기반 텍스트가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알고리즘 극장"을 제작했다. 인공지능의 등장과 함께 발생한 창조적 가능성을 연구하며, 비인간의 지능이 일, 문화, 사회적 관계의 본질을 깊이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탐구하고 보여준다.
8 캠벨 맥그래스(Campbell McGrath)
: 조금은 이상한 시인. 지적이고 물리적인 시의 의미를 확장하는 것을 좋아해 시에서 사회적, 문화적, 자연적 분야를 그려내고 개인적 경험과 날카로운 역사의식 또한 결합시킨다. 그렇게 시를 대하는 방식이 모두 다른 11권의 책을 냈다.
9 엘로디 게딘(Elodie Ghedin)
: 숙주와 병원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기생충학자. 보통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동료들과 달리, 자신의 전문 지식을 컴퓨터 도구를 사용하여 다양한 것에 적용한다. 현재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병원균의 작용을 해독하기 위해 수십명의 과학자를 조직화한 국제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고 있다.
⬇️<새로 읽기!💭>
🦄(턱괴녀 JHK), 🫀(턱괴녀 MMJ), 🍿(턱괴녀 K)
이 3가지 이모티콘은 턱괴녀 각각의 개성을 살려 표현한 거예요. 유니콘(🦄)은 턱괴녀만의 시선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고, 심장(🫀)은 정말 턱괴녀의 동력같은 열정을 담았고, 팝콘(🍿) 콘텐츠를 보는 관점이 깊고 남다른 턱괴녀를 의미합니다.
🦄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캠벨 맥그래스(Campbell McGrath)는 역사와 관련 깊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것을 책에 담는 활동을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시집'일 테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이 모든 것이 일종의 리서치 프로젝트처럼 보이길 바란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말일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을 나도 원하고, 실행해본 적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소설이었다) 논리적인 근거-그건 또 꼼꼼한 조사로부터-를 토대로 얻을 수 있는 영감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다소 낮은 온도의 글로 풀어낼 수도 있겠지만, 때론 아주 높은 온도의-이를테면 우리가 문학이라 부르는 것들-글로 풀어낼 수 있다. 그때의 활자들은 용해되어 독자의 몸에 흡수된다. 그렇게 흡수율이 높은 문장들은 신체 곳곳에 흐르며 정말로 인간을 형성하기도 한다고, 그렇게 믿고 있다.
위 의견이 공감 간다면, 캠벨 맥그래스가 지적인 활동의 결과를 왜 '시'로 택했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뒤이어 캠벨 맥그래스는 "나는 빈둥거리며 내 영혼을 초대한다(I loaf and invite my soul)"라는 월터 휘트먼의 <나 자신의 노래> 속 문장을 인용하는데, 지난 몇 년간 나의 삶에서 '빈둥거림'이 매우 결여되어 있음을 완전히 인정하게 되었다. 턱괴녀 안에서는 지난날보다는 이 '빈둥거림'을 사수하고 싶다는 생각.
이 책의 발언이 이루어진 시간 동안 캠벨 맥그리스는 대서양에 관한 책을 쓰고 마이애미 해변에 살고 있다. 주위에선 그에게 여전히 빈둥거린다고 하지만, 시인은 지금 리서치 중이라고, 분명 일하는 중이라고 대응한다. 자신의 글 주제를 깊이 경험하는 것. 최대로 체화하는 것. 융해시켜 마시는 것. 그것이 그의 리서치 방법이다.
"물리적 현장이나 그 풍경 속에 있는 것이 그것을 주제로 글을 쓸 때 아주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20세기에 관한 책을 쓸 때도 리서치의 상당 부분은 전기 같은 책을 쌓아 놓고 읽는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히로시마나 아우슈비츠 같은 물리적 장소로 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또 만약 발터 벤야민에 관해 쓴다면, 그가 살았던 영역을 탐험할 필요성을 느꼈지요. 그곳에 직접 가본 경험이 제 글에 나오는 장소의 역사나 어조를 어떻게 바꿨는지 모르겠지만,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게 느껴졌고 여전히 제게 영감을 주는 주요 원천입니다. 세계의 물리적 장소에 있는 물리적 풍경에 있다면 마치 작은 기차가 출발하듯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완성된 시가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3월에 가게 될 턱괴녀의 홍콩행도 리서치가 된다, 일이 되고, 출장이 된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홍콩이란 물리적 현장에서만 얻어올 수 있는 결과가 반드시 있을 것이고, 가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기에 설레는 마음!💗
PS 턱괴녀 조직 이래 최초로 해외 리서치를 가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 커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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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리 플랭크의 글을 계속해서 읽었다.
“우리 분야(화산 연구)는 다소 날것의 신생 과학이고 아직 무지의 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데이터가 제한적이고 대부분의 화산에는 실제로 기능을 하는 계측기 같은 도구가 없습니다. […] 동료 중 러몬트-도허티 지구 관측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발견한 판구조론은 말 그대로 바다 위를 왔다 갔다 하던 중 발견된 겁니다.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한 거죠. 심지어 자신들이 무엇을 찾을지조차 몰랐습니다. […] “세상에, 바다 한 가운데에 산등성이가 있어요!” 우리 분야의 과학에서는 이렇게 원시적인 발견으로 탄생한 모험들도 있고, 아직 아무도 연구하지 않은 데이터도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구들이죠.” -p.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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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아래 등장하는 동료(플로헝스)와 함께 마셨던 커피
AI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동시에 과학기술이 창창한 미래를 보장해주리라 믿는 2023년이지만 사실 우리는 발 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아이러니가, 이런 불안감이, 이런 무지의 틈에서 작은 정보를 건져낼 때의 희열을 더 느끼고 싶어 그의 글을 계속해서 읽었다. 연구자의 삶을 살고 싶은 내게는 리서치에 관련된 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플랭크의 동료처럼 대단한 것을 발견했던 건 아니지만.
프랑스에서 DEA(박사준비과정)를 밟으면서 논문을 한창 쓰고 있을 때, 내 친한 동료 플로헝스는 문학 박사로서 아주 오랫동안 논문을 쓰고 있었다. 우리는 도서관 앞 카페에서 꽤 자주 만나 각자의 리서치 진행상황을 공유하곤 했다. (주로 그가 내 하소연을 들어주었지만)
당시 19세기 말, 20세기 초 파리 건축사를 연구하는 나는 20세기 말이나 21세기를 연구하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연구 대상이나 대상의 목격자가 아직 살아있다는 아주 간단한 이유 때문!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것 같던 내게는 당사자든, 목격자든 생존한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했다. “네 가설이 맞아.” “네가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그랬어.” 이런 긍정의 단 한 마디가 듣고 싶어서.
그때 내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 “수경(미미정의 본명), 리서치라는 건 때로는 불투명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잡으려 매번 매순간 우리의 태도를 다잡는 일이야. 일종의 수행일 수도 있어. 과학처럼 명징한 숫자와 증거로 파악되지 않는다 해도, 당대의 문학과 사료로 시대를 상상하고,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재정의하는 일이지. 즉, 우리가 하는 일은 **‘상상의 과학(Science fantastique)’**이야.”
나는 이 얘기를 듣고 다시는 단 한 번도 한탄하지 않았다. 사람보다 오래 살아낸 글들로 있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높은/ 그럴 듯 한 과학적인 세상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테니까. 그저 수행하는 수도승처럼 매일 단 한줄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일. 테리 플랭크가 말한 “매일매일 폭발과 같은 현상을 일으키고, 해저 바닥의 구조를 보고, 중심부를 발견하고, 자력계를 끌어다 측정해 보는 일”과 비슷하니까.
무지에서 건져내는 가능성에 매료되는 것. 그로써 상상의 과학을 만드는 것. 그게 내게는 리서치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매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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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괴녀 with 턱괴녀👥
유부근 대표님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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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턱괴는레터에서는 오랫동안 자신의 그라운드를 지키며 일해온 한 여성 스포츠 기자와의 인터뷰를 공개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모두 사실이지만, 어떤 부분들은 여전히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그 기울기는 실제로 누군가를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었어요. 그렇기에 공개 방식과 시점도 고심해야 했습니다.
2월 턱괴는레터에서도 이런 부분을 고려하며 또다른 인터뷰를 공개할게요. 빅라인 스포츠 대표이자 한국여자야구연맹(아하 여자야구연맹) 고문으로 활동 중인 유부근 대표님입니다.
턱: 40년간 야구계에 몸담은 여성 대표로서 바로 옆에서 지켜본 여자 야구를 위한 제언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자 야구에 초점을 좀 더 맞춰서요. 왜냐하면 야구에서 여자 야구가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유: 그렇지요. 저도 처음에는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여자 야구를 붐업하려고 했었어요. 여자가 야구를 좀 해야, 시집가고 자녀를 낳아서 야구를 시키고 그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여자 야구선수들이 야구가 너무 좋아서 미쳐가지고, 시집도 안 가고 야구를 하니까 4-50대가 많아요 지금. (웃음)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중•고등학교 애들, 유망주를 키워서 국제대회에 출전시키는 거예요. 지지 않는게 목표고, 져도 의미있게 지고 오는 걸로요. 지금 50여개 팀에 천 명 정도의 여자야구선수가 있는데요. 우리 여자야구연맹이 열악해가지고 아주 미치겠어요. 그러니까 제가 이제와서 발을 빼려고해도 못 빼고. 업어주던 아기는 마저 업어줘야죠. 끝까지 봐줘야 하는 상황이에요.
조금 더 ‘여성’과 ‘야구’에 관한 질문을 하고 싶어요. 초반에 여자 야구를 대한야구협회에서 주워온 자식 취급하다고 언급하셨는데요, 예를 들면 어떤 점이 그랬을까요?
*유부근 대표는 현재 야구의 인기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를 유소년 인프라를 소홀히 한 채, 프로 야구에만 신경 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프로 선수로 활동하기 어려운 여자 야구 선수들에게는 더 고립된 상황일 수 밖에 없었다.
여자 야구는 엘리트와 사회인 야구가 섞여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동호인 개념으로만 보고 아무 지원도 안 할 수는 없어요. 그 안에서 국제 대회 나갈 선수풀을 키워야하니까. 그런데 (협회측에서) 야구장을 원활하게 쓸 수 있게 해주지도 않고요. 대회라도 하나 열어주면 좋은데 그런게 없어요. 이광환 감독님 (전 KBO 육성위원장) 계실 때는 ‘KBO 총재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 개최할 때, 여자야구대회도 같이 기획했어요. 그렇게 유지를 해왔는데, 그것도 2018년 이후 없어지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 넘겨버렸죠.
현재 여성 야구팬이 프로야구 전체 관중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고, 특히 어렸을 때부터 오래 즐겨온 팬들도 많은데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성은 야구 커뮤니티에서 야알못(야구를 모르는) 취급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야구를 10년 지켜본 여성팬도 ‘네가 뭘 알아’라는 반응을 듣는다고 해요.
그건 맞아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지금도 두산베어스 경기 때 가보면, 팬들이 기자만큼이나 잘 알고 관심이 많아요. 선수들 촬영하려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엄청 좋은 카메라로 쫙- 줌인해서 찍고요. 가끔 비디오 판독을 해야하는 상황 나왔을 때, 팬들도 자기가 녹화한 거 다시 보며 판단하고 그래요.
한편, 2007년 한국여자야구연맹 창립할 때, 천 만원을 후원하셨어요. 창립 때부터 연이 있네요.
이광환 감독님이 “여자 야구를 위해서 좀 (후원)해줘야 되지 않겠나. 여성들이 야구를 더 많이 알고 관심 있어야 나중에 애 낳아서도 야구장에 쉽게 데리고 올 수 있다”라고 해서 제가 한거죠.
그 직후에는 여자야구연맹 부회장직을 맡으셨고, 현재는 연맹 고문으로 계시죠. 후원하는 것 이상으로, 야구판에 있는 유일한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반대로 대표님께서 연맹에 거는 기대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여자야구연맹에 창립때부터 큰 기대가 있었어요. 저도 하는 일이 프로야구쪽과 밀접한지라 대내외적으로 사람들을 여자 야구와 많이 연결했었어요. 프로야구 시구도 여자 야구선수가 하게 기획하고 그랬죠. 그런데 여자 야구 내에서 지향점을 하나로 모으지를 못했었어요. 그 시점에 저도 (여자 야구에서) 손을 좀 뗐다가 다시 시작해보자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2년간 또 이렇게 침체되고 있는 중이죠.
여자야구연맹이 창단될 당시 안향미 선수와 비밀리에팀이 “여자도 야구 할 수 있어!”라는 느낌으로 포문을 열었던 것 같아요. KBO 부적격룰이 사라진 지도 벌써 30년이 지났고, 여자야구연맹이 창단 된 지도 (2022년이면) 20년인데, 아직까지도 획기적인 도약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지지부진함의 원인이 도대체 뭘까요.
원인은… 첫 번째는 ‘무관심’. 대중의 무관심이고 두 번째는 ‘경기장의 부족’에 있어요. 왜냐하면 학교 운동장도 주말에 주변 예배있는 교회 주차장으로는 개방을 해주거든요? 그런데 야구로는 안 열어줘요. 그리고 세 번째는, 현재 우리나라 생활 체육이 엄청 잘 되어있어요. 돈 많잖아요. 그런데 여자 야구에는 어떠한 지원도 없다는 거예요. 심지어 최윤희 전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도 여자야구연맹에 모셔온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별 효과가 없었어요. 결국 우리(여자야구연맹)는 자력으로 어떻게든 해야하는데 고민인거죠.
근본적인 해결책을 하나만 제시한다면 무엇일까요.
야구장. 그게 가장 필요해요. 야구장이 있어야 야구도 하고, 선수 100명이 1,000명이 되죠. 야구장이 없으니까 낙후된 시설인 난지야구장을 빌리는데, 그것도 엄청 복잡해요. 이번 여자 야구 국가대표팀도 연습 한 두 달 했는데요, 제가 청주고등학교 야구장 빌려가지고 겨우 한거예요. 그래도 청주고에서 좋은 야구장 빌려줘서 너무 감사하죠. 이것도 제 네트워킹을 전적으로 앞세워서 한건데, 저도 한계가 있죠. 그냥 옛날처럼 이광환 감독님, 정진구 씨(여자야구연맹 제5대 회장), CMS 임원 (여자야구 후원 기업) 이런 분들이 있으면 능력있고, 열정있고, KBO에 어필도 할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건 그 종목의 활성화에 있어서 어느정도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야구라는 종목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성장하는 것도 지켜보셨잖아요. 여자 야구도 기념비적인 성적을 내는 것이 발전의 열쇠가 될까요?
그런데 일단 베이징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야구 붐이 일어도, 여자 야구에는 관심이 없다는 걸 느꼈어요.
여자 야구도 베이징 올림픽만큼 여자야구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까요?
그 점을 여자 축구와 비교 해보면 재미있어요. 흔히 여자 축구를 비인기 종목이라고 하잖아요. (요즘은 지소연 선수를 비롯한 한국 여자축구선수들의 경기력과 SBS<골때리는 그녀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식이 많이 변했지만요) 대한축구협회는 2002 월드컵 특수로 번 자금을 오랜시간 비인기 종목이던 여자 축구에 전폭적으로 투자했거든요. 멀리 보고 투자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그림이 있었던 것이겠죠.
맞아요. 그때 초∙중∙고등학교 축구부에 자금이 많이 투입됐어요. 여자 축구팀도 많이 생겼고요. 현대 여자고등학교도 축구부를 창단해서 제가 그 팀과 거래를 했었죠. 그런데 또 유야무야 팀이 없어지기도 하더라고요.
맞아요. 관리가 꾸준히 잘 되지는 않아서 몇몇 팀이 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명맥이 유지된 팀들이 있었어요. 그로부터 지금의 지소연, 이금민 같은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했고요. 투자에서 결과를 보기까지 한 15년 정도 걸린거죠.
다시 돌아오지만 결국 또 야구장 부재의 문제예요. 지금 전국 어느 도시를 가도 축구장 하나씩은 다 있잖아요. 그런데 알차게 활용하지는 못하더라고요. 축구장 다 놀고있는데, (축구장에) 라인 그어서 야구장으로 쓰자고 해도 허용 안 해줘요.
야구장 하나 만들면 지역경제에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 속초에서 2011년부터 ‘속초시장기 전국리틀야구대회’를 개최해왔어요. 여름방학 때 리틀야구대회가 열리니까 선수 부모에 친척들까지 다와서 뭐하겠어요. 음식점에서 외식하고 피서하고 그랬죠. 지역경제에 엄청난 시너지가 생겼어요. 처음에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만 열리기로 했는데, 잘 되니까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그런데 평창이 속초의 경우를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했어요. 평창야구장 한 면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바로 옆에 축구장이 하나 있더라고요. 리틀야구대회라서 필요한 규격이 일반 야구보다 작잖아요. 그래서 축구장도 리틀야구 경기에사용해도 되냐 문의하니까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평창군 인구가 4만 명 조금 넘고, 시내 인구는 8,000여 명이래요. 강원일보 지사장이 저보고 우리 여자 야구도 평창 와서 페스티벌도, 클리닉도, 대회도 하라고 꼬시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여자야구연맹에서 처음엔 속초도 갈 수 있고, 어디도 갈 수 있다고 하더니 평창이라고 하니까 멀대요. 아니, 평창이 왜 멀어요. 경상북도 울진에서도 대회하는데요.
유니폼에 대한 부분도 질문하고 싶어요. 야구 유니폼이 좀 복잡해요. 역사적으로 초기의 야구 선수들이 화이트 칼라였기 때문에 계층적 DNA를 나타내기 위해 운동복인데도 단추와 벨트가 있고, 예전에는 셔츠에 칼라도 있었죠. 야구의 유니폼은 타 스포츠에 비해 좀 복잡해요. 농구 선수들 같은 경우는 그냥 트렁크랑 민소매만 입고 뛰는데요.
요즘은 미국 메이저리그도 유니폼이 많이 단순해졌어요. 스타킹 하나만 좀 요란스럽죠. 그런데 우리 나라는 막 무당옷 같이 화려하게 만들어 가지고… (다같이 웃음)
모자에 반팔 오픈 셔츠 상의, 긴바지, 이너 셔츠라는 긴팔 상의까지… 품이 많이 들어요.
특히 리틀 야구하고 초등학교∙중학교 야구부까지는 디자인이 현란해요. 고등학교, 대학교 야구부는 전통적이고요. 그런데 또, 리틀이랑 초∙중 야구부는 디자인을 매년 바꿔요. 디자인이 까다로우면 옷도 많이 안 예쁜데 말이에요. 단순해야 딱 예쁘게 떨어지는데.
리틀 야구는 유니폼으로 승부를 보려는게 분명히 있나봐요.
야구를 할까 말까 하는 어린 학생들은 유니폼 입혀 놓으면 막 야구하고 싶어하거든요.
여자 유니폼도 남자 유니폼과 똑같나요?
더 현란해요. 똑같은데 더 현란해. 저는 엘리트랑 프로야구쪽 용품만 만드니까 또 여자 사회인 야구 유니폼은 안 만들어요.
지금까지는 구성이 복잡하고 화려했던 남성과 여성 야구 유니폼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기성화가 되어야 해요. 그거 아세요? 한국에선 유니폼을 아직도 사이즈를 하나하나 재서 제작해요. 일본만 해도 몇 호, 몇 호 이렇게 기성화 되어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프로 남자 선수들도 여기가 붙어야 된다,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등등, 기장도 무슨 별별 스타일이 다 있으니까요. 결국 선수의 취향에 맞게, 소매 통도 넓어야 하고 좁아야되고, 완벽히 커스터마이징이 되어야 해요. 별 놈의 스타일이 다 있어요 정말. 몇 년 전만 해도 “여기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하면 딱 꼬집었어요. “야구나 잘해. 옷 타령하지 말고”라고 말하면서요.
야구를 더 쉽게 접하려면 결국 유니폼을 비롯한 야구 용품을 더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성화가 되어야겠네요. 야구는 타 구기종목보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느껴지거든요.
야구 내의 계층이 보이지는 않지만 되게 공고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장비 산업에서도 프로야구에서도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어떤 선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는거죠. ‘이렇게 공 꿰매던 사람들이 갑자기 야구를 하겠다고? 안정 못 해’ 약간 이런 느낌이라.
맞아요. 결론적으로는 그거 같아요. 아이러니 한거죠. 제가 야구공 제작을 2003년도부터 했어요. 지금은 KBO 단일구이지만 그때는 회사들이 각자 영업을 했어요. 그때 프로야구 6개 구단이 우리 공을 썼었죠. 투수들이 다 만져보고… 막말로 볼 다 똑같은데도 다 재보고 이게 좋다고 따져요. (웃음) 솔직하게 우리는 야구공 가죽만 3$ 더 좋은 거 썼어요. 제가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질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해서요. 높은 퀄리티의 가죽을 써서 손에 착착 붙는 공으로 만들었죠. 그런데 SK와이번즈의 김성근 감독은 스티치의 붉은 색감이 도드라진 걸 좋아했고. LG트윈스 같은 경우엔 좀 작게 느껴지고 밋밋한 걸 좋아했어요. 좋아하는 공의 스타일을 다 맞춰서 해줬는데, 그 전략이 먹혔던 거죠. 그래서 8개 중 6개 구단까지 우리 공 썼어요.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많은 선수들과 전문가들 대부분은 유소녀 지원의 시급함을 얘기했어요.
야구는 여자든 남자든 유소년 육성 밖에는 답이 없어요. 그게 저변 확대거든요. 저는 리틀이나 초등학교 야구부 감독들한테 “여자애들이 야구 하겠다고 들어 온다고 하면 무조건 받아줘”, “1-2년 간 기초 좀 가르쳐 놓고 있어”라고 부탁해요. 또 “여자애들 야구부 들어오면 무조건 글러브 먼저 줘. 내가 줄게”라고 하면서 먼저 가르쳐 놓으라고 해요. 애들이 남자고 여자고 성별을 떠나서 야구 한 번 하겠다고 들어오면 푹 빠져가지고 헤어나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박민서 선수도 결국엔 골프로 전향했지만 성동 리틀 야구부에서 얼마나 잘 했는데. 일단 들어와서 해야하는 거죠. 리틀 감독들이 하는 말이, 애들이 유니폼 늦게 나온다고 하면 안 한다고 한대요. 그래서 제가 기성복 사이즈 유니폼으로 미리 만들어 가져다 놨어요. 딱 봐서 맞을 것 같으면 일단 입히라고요. (웃음) 견물생심이라고 먼저 입어야지 야구를 하죠. 옷 맞추는데 일주일 걸리면 그 사이에 부모가 막 말려요. 그럼 못하는 애들이 생기고요. 그래서 감독들한테 “기웃기웃만 해도 얼른 데려와서 옷 입혀”라고 해요. 그렇게 야구하게 된 애들 많아요. 어떻게 알았냐면요, 처음에 어느 감독이 “누나, 한 명 들어왔어요. 한 벌 주세요”하면 야구복이 막 찍어내는 게 아니니까 일주일 정도 소요돼요. 그럼 “누나, 그 친구 안한다고 갔어요.” 그래서 제가 고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팀이면, 기성복으로 미리 만들어 놓죠. 사이즈 별로 준비해서 누구 들어왔다고 하면 바로 가서, “(선수) 이름이 뭐야”해서 바로 해입히는 거죠. 호기심에 야구하러 왔다가 유니폼 입고 집에가니까 부모님도 “그래 한 번 해봐라”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40년간 야구에 몸담고 계신데, 앞으로 야구와 관련해서 하고싶으신 일은 무엇인가요? 여자, 남자를 떠나서 포괄적으로요.
외곽에라도 조그맣게 야구장 하나 짓고 싶어요. 리그를 운영하고 싶은 건 아니고요. 요즘 학교 야구부에 운동장이 없는 곳이 많잖아요. 야구장이 없어진, 혹은 없는 학교 팀이 와서 연습하게 해주고 싶어요. 그 외에는 야구나 보러 다니겠죠. 그게 꿈이에요. 학교 운동장 없는 야구팀 와서 연습하고 가게 하고. 한 두 면만 있으면 네 팀 연습게임 매칭시켜주고, 그러고 싶어요.
역시 구장으로 시작해서 구장으로 끝나는군요.
그렇죠. 결국 야구장. 손바닥 위에서만 야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여자 야구가 그렇게 큰 장소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들 그러니까… 또 팬데믹 때문에 국가에서 관리하는 관공서는 이런 곳은 완전 꽉 막혀있잖아요. 사설은 그럭저럭 운영을 할 수 있는데… 그런 곳은 뭐 엄청 절제된 네트워킹이 있다 보니까, 여자 야구는 너무 굶주렸지요. 2년 동안.
유부근 대표님이 야구계에 몸담았던 40년이란 세월 만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했습니다. 전반적인 프로 야구 역사부터 여자 야구 이야기, 야구 장비 산업까지요. 이중에는 발전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변화가 필요한 지점도 많아요. 늘 얘기하듯이 턱괴녀는 여성 스포츠, 그중에서도 여자 야구에 대해 말하지만, 이런 일이 마운드에서만 벌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모든 턱괴녀가 서있는 각각의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죠. 당신이 서 있는 자리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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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괴녀 소식
이번 턱괴는레터를 잘 읽었다면 알겠지만, 3월에 턱괴녀는 홍콩에 갑니다. 왜? 리서치하러요. 그게 우리 일이니까😉 현장에서 느낀 홍콩에 대한 감각들로 턱괴녀만의 깊은 콘텐츠를 선보이려고 해요. 이건 정말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또, 3월 턱괴는레터에서도 인터뷰가 계속 실릴 테지만, 새로운 느낌일 거예요. 많.관.부!🧡
2월 턱괴녀 유튜브에 우리의 근황, 계획, 비전을 풀었으니 여기서 힌트도 얻어갈 수 있어요.
그럼 3월에 만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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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괴는여자들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 2길 19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Platform P 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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